[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나쁜 문주만이 있을 뿐이다] TiKiTaKa 문파 그들의 몰락_비극의 서막편 (5)
- 꼬 피도관 01
- 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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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도관1에는 TiKiTaKa 라는 중립 1위 문파가 있었다. 당시 서란의 우호문파로, 서란의 오른팔 정도 역할을 수행하던 문파였다.
사북1에서 건너온 나는, TiKiTaKa를 포함 당시 도관1의 중립문파 상위 5위정도 내의 문주들에게 귓말을 했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사북1에서 이전해온 어중이떠중이 입니다. 혹시 문파가입 가능할까요?"
욕심이긴 했다. 그들의 문파에 한몫 이바지 하기에 나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모자란 레벨, 모자란 투력, 모자란 경험...
다만 기대했던 것 같다. 그들 문파내의 문파원 하위 명단에, 고작 나정도 되는 레벨, 투력의 이른바 '본캐'로 보여지는 몇몇 문원들-
기대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깍두기처럼이나마 품어주길, '그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추상적인 다짐과 함께..
두 곳에서 답변이 왔다. 그들의 답변은, 한조각 깍뚜기가 되겠다는 양념 가득한 새빨간 내 마음 속 다짐을 마치 물로 씻어내어 벌거벗은 새하얀 깍두기로써 내 눈앞에 꺼내어 나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죄송하지만 저흰 최소 투력이 18만은 넘어야 합니다. 조금 모자라네요, 다른데 알아보셔요"
"죄송하네요. 저희는 불가하고, 좀더 아래에 보시면 ㅇㅇㅇ 혹은 ㅁㅁㅁ문파 정도가 지금 가기 좋으실것 같네요"
이해했다. 또한 민망했다. 솔직히, 이해의 마음보다 민망한 마음이 더 컸다. 당연했지만 민망했고, 불편했다. 이상한 수모를 겪은 것만 같았다.
'그래 역시...'
아직 답변이 오지 않은 문파들에 대한 기대는 이내 곧, 염려로 바뀌었다. '세 번이나 더 민망해야 하겠지, 젠장'
차라리 답변이 오지않길. 내가 두들겼지만 돌아올 괜스런 수모를 또 느끼고 싶지 않았다.
두 곳에서는 끝내 답변이 오지 않았다.
되려 침묵은, 그들의 정중한 거절방식 이었을까.
그들의 예우 있는 침묵에 씁쓸한 감사함을 느낄때쯤-
역시나 '버스 탄다'라는 개념은, 옥혈광귀마행 토벌티켓을 끊을 때에나 승차가 가능하다는 개념으로 확립될때쯤-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한 사람으로부터, 답변이 왔다.
" [TiKiTaKa] TiKa세인 : 부캐는 아니죠? 본캐이고 본인 맞죠? 안그래도 자리 있습니다, 가입하세요"
일순간 나의 심장을 벅차게 만든, 어쩌면 나도 농익은 깍두기가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은행골의 어리석은 외침이 비천성 성벽을 너머 저 머나먼 사북장벽까지 메아리로 도달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준
한 남자의 아량차고 자비스러운 답변.
그이의 귓말은, 지금부터 필자가 써내려갈 이 모든 이야기, 비극적인 한편의 대서사시. 한 서버의 작은 역사를 바꾼,
인간내면의 밑바닥 저 끝 어딘가의 진흙탕속에서 살아남고자 했던 옹졸함과 졸렬함, 비열하고 치열한 허우적 거림,
그 모든 비극스런 결말의 나비효과적 작은 한마디의 시작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